[지하철파업]노조 「피라미드형 점조직」결속력 강해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얼마나 강한가.

지하철노조는 노조가입 대상자 1만2백31명 중 9천8백36명이 가입해 조직률이 96.1%에 달한다. 서울시가 직권면직을 경고하며 복귀시한으로 못박은 21일 오전9시까지 업무에 복귀한 노조원은 2천4백18명(24.8%). 여전히 상당한 단결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철노조는 파업 결행 단계에서 이미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파업 돌입을 5시간 앞둔 18일 오후11시경. 노조원 3천여명이 모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선 신속한 ‘이동 작전’이 개시됐다.

“지회장들 앞으로.”

지회장들이 단상 주변에 모이자 한 노조 실무대표가 지도부의 지시를 전달했다. 지회장들이 흩어지자마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이동’이 시작됐다.

“뒤로 돌앗. 깃발을 보고 뛰어.”

노조원들은 어디로 가는지, 왜 뛰는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선 의구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기지에 대기 중이던 전동차를 타고 가면서도 다음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뿐 질문을 던지는 노조원은 없었다.

이처럼 수천명의 노조원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일까.

노동운동 전문가들은 석치순(石致淳·42)위원장 개인의 카리스마보다는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점조직’이 원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지하철노조를 이끌고 있는 석위원장은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카리스마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하철노조는 석위원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부위원장 사무국장 정책실장 등 중추지도부와 조직부 쟁의지도부 등 21개 실무부서가 있다.

또 지하철운행 업무에 직접 종사하는 노조원들로 구성된 역무지부 승무지부 차량지부 기술지부 등 4개 지부가 위원장의 지휘를 받는다.

각 지부는 2백여명 단위의 수십개의 ‘지회’로 조직돼 있고 각 지회는 10여명 단위의 ‘분회’로, 또 각 분회는 2∼3개 ‘소조’로 짜여져 있다.

이같은 조직체계 아래선 노조원들이 지도부의 파업 결정에 불복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노조가 노사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파업노조원들의 ‘권익’을 지켜주었다는 점도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정보·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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