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인들 「희비」…목욕탕 대목」 옷가게「울상」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서울지하철공사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명동성당 주변 업소들 사이에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목욕업과 도시락업체는 웃고 식당가와 패션잡화점은 울상이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지도부는 농성 장기화로 노조원들의 위생상태가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 22일부터 매일 오전10시반∼오후3시까지 지회별로 수십명씩 목욕을 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동성당에서 3백여m 떨어진 D목욕탕 등 인근 목욕탕들은 비수기인 요즘 때아닌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주변 도시락업체도 ‘파업경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천4백여명의 노조원과 한총련 학생들이 끼니를 주로 도시락으로 때우기 때문. 시장기와 갈증을 달래려는 노조원들 덕에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당 입구의 한 편의점 주인 강모씨(46)는 “노조원들이 생수 등 음료수와 칫솔 수건 내의 등 생필품을 많이 찾아 하루 매상이 평소보다 1백여만원이나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반면 성당인근에 일렬로 늘어선 식당가와 옷가게 등 패션잡화점 등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최근 성당주변에서 집회와 거리행진 등이 부쩍 잦아진데다 이번 농성으로 명동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준 탓. 신선설렁탕 대표 고주현(高周鉉·40)씨는 “최근 주변이 ‘험악한’ 분위기로 변해 하루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사무직 노조원이나 스크린쿼터철폐 집회에 참석한 영화관계자들은 단체식사라도 했는데 이번 농성자들은 한명도 오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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