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전격적으로 유보한데다 직권면직 시한(26일 새벽 4시)을 넘기면서 서울지하철 미복귀 노조원들도 일부 술렁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연맹과 서울지하철 노조가 이날 기자회견를 갖고 ‘조건부 협상’을 정부에 제시하고 나서 노정 대립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드는 양상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연맹측 제안이 종전의 주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화 제의의 진의(眞意)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한국통신의 파업 유보를 계기로 노정(勞政)간 힘겨루기의 균형이 서서히 깨지면서 민주노총이 더 이상 파업을 당초 계획대로 끌어가기가 어렵게 되자 대화에 나선 것으로 일단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 유보는 민주노총의 파업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예상하지 않았던 대우조선의 파업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고무됐던 민주노총 지도부는 크게 기대했던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유보하자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한 분위기다.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
지도부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조합원 30% 이상을 동원하지 못하는 노조 지부장에 대해서는 1년간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는 지침까지 내려 보내면서까지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했었다. 그러나 이날 용산역 집회에 참석했다가 고려대로 옮긴 조합원은 2천여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당초 90% 이상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는데도 정부의 초강경 대응방침으로 흔들리는 서울지하철 노조의 상황을 지켜 보면서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파업을 강행했다가 조직만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공공연맹간에 향후 투쟁일정을 놓고 미묘한 전략상의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은 공공연맹의 기자회견에 앞서 ‘5월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민주노총 파업투쟁이 확산되느냐 진정되느냐는 27,28일로 예정돼 있는 금속산업연맹의 파업 여부와 강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이 계획중인 마산 창원 부산 거제 구미 등과 같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남권 지역에서의 동시다발 집회 결과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파업확산 전략과 공공연맹의 대화 제의에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중앙선을 넘었으면 다시 돌아와서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불법파업의 무조건 철회를 촉구했다.
〈정용관·홍성철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