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 철회]오전엔 강경…오후 상황돌변「백기」

  • 입력 1999년 4월 27일 07시 35분


26일 서울지하철 노조의 전격 파업철회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 유보 발표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하철노조 지도부는 전날 서울대에 경찰력이 투입된데다 큰 기대를 걸었던 한국통신마저 파업을 유보하면서 노조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번져 나가자 이날 오전부터 잇따라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를 거듭했다.

오전 11시 민주노총이 파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는 기자회견을 할 때까지만 해도 지하철 노조 지도부는 여전히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듯 민주노총의 계획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민주노총 지도부와 지하철 노조 위원장의 회의가 길어지며 당초 2시로 예정되던 지하철 노조위원장의 기자회견이 1시간 가량 연기되자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공공연맹과 서울지하철 노조 위원장은 오후 3시경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구조조정안 철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전까지의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서울시가 협상에 나설 경우 파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제의했다.

지하철 노조의 이같은 발표는 비록 민주노총 지도부와 어느 정도 조율을 거친 것이었으나 “지하철 노조의 협상 진행과 상관없이 민주노총의 파업은 계속될 것”이라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하철 노조의 강력한 파업철회 주장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밀리고 있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하철 노조의 제의에 서울시가 먼저 업무에 복귀한 뒤 협상을 시작하자고 대응안을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지하철 노조가 서울시의 안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같은 기대와 달리 지하철 노조 지도부는 오후 6시경 독자적으로 파업철회를 결의했으며 공식 발표직전인 오후 7시경 이를 뒤늦게 통보받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하철 노조 지도부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였으나 이미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통신 파업 유보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것 같다”며 “하루종일 상황이 계속 급변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지하철 노조 지도부는 파업철회 결정을 내린 뒤에도 공식발표 전까지 노조원은 물론 간부들에게도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보안을 지켰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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