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 철회/민노총의 앞날]투쟁수위 낮출듯

  • 입력 1999년 4월 27일 07시 35분


서울지하철이 26일 밤 파업 철회를 전격 선언함으로써 민주노총의 파업투쟁도 급속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은 “서울지하철 파업 철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투쟁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언했으나 노정(勞政)간 ‘힘의 균형’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서울지하철의 전격 파업철회 선언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동의없이 이루어져 민노총 지도부의 지도력과 산하 조직 장악력에도 상당한 상처를 줄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투쟁의 선봉에 서울지하철을 위시한 공공연맹을 내세웠다. 서울지하철 파업으로 총력투쟁의 불을 지핀뒤 이를 국내 단위노조로는 최대 규모인 한국통신 노조 파업으로 연결시키고 노동절 투쟁을 거쳐 금속산업연맹 총파업(5월12일)으로 이끌어 나간다는게 당초의 전략이었다.

민주노총의 투쟁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특히 대우그룹의 매각안에 반발한 대우조선이 예기치 않게 전면파업에 돌입(20일)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상당히 고무되기도 했다.

한발 뒤로 뺐던 금속산업연맹이 구조조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민주노총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특히 공공연맹 소속의 다른 사업장의 파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 민주노총측은 이에 따라 집회투쟁을 병행하면서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26일)으로 까지 끌고가는데 전력을 쏟았으나 한국통신 노조도 조합원 참여율 저조로 이날 파업을 전격 유보함으로써 파업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투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5월1일 노동절 집회를 반전(反轉)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서울지하철 노조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파업을 일으킬수 있는 사업장이 없다는데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민주노총 파업투쟁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의 여부는 27, 28일로 예정된 금속산업연맹의 파업 여부와 강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전격 철회한 마당에 금속산업연맹이 민주노총 파업투쟁의 전면에 나서고 파업을 강도높게 벌여 나갈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연맹 지도부는 이날 밤 파업 돌입 여부와 시기, 폭 등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투쟁이 제대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 이갑용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은 2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 지도체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4,5월 총력투쟁을 지도해 나가기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총의(總意)를 모았기 때문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