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 철회/현장표정]『면직되나』불안감

  • 입력 1999년 4월 27일 07시 35분


서울지하철 노조의 전격 파업철회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철회가 발표된 26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은 앞으로의 처지에 대해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며 일부 노조원들은 파업지도부의 전격적인 파업철회 결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석치순(石致淳)노조위원장은 이날 밤 8시50분경 1천여명의 파업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늘 밤 8시를 기해 파업의 일시중단과 현장복귀를 지시한다”고 선언.

석위원장은 그러나 “오늘의 파업중단은 결코 투쟁의 끝이 아니다”며 “집행부는 끝까지 남아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노조의 파업철회에 대해 “정부의 압력 등에 사실상 굴복한 꼴이지만 노조원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며 “그러나 직장을 잃고 실직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불안한 표정.

일부 노조원들은 “철회를 하려면 좀 더 일찍 하든지, 이게 뭐하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리며 노조가 성당앞에서 연 마지막 집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귀가하기도.

○…이날 정리집회 도중 일부 노조원들이 언론사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해 험악한 상황을 연출. 노조원들은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는 사이비언론 물러가라”고 외치며 기자들에게 갖고 있던 가방과 돌을 던지는 등 격렬히 항의.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 1명이 카메라렌즈를 빼앗기고 방송사 카메라 기자 1명은 노조원들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부상하기도.

○…노조원들은 파업 철회가 발표된 뒤 농성 천막 중 성당에서 계속 농성을 벌이기로 한 수배자들을 위해 3개의 천막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자진 철거.

○…지하철 노조 파업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 않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표는 지하철 노조측에서 모두 할 것”이라며 “결국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 유보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 그러나 또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유보했다고 파업을 철회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기도.

○…이날 밤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큰 충돌없이 파업이 끝나 다행”이라며 반기는 모습. 회사원 박재철(朴在哲·40)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서민의 발을 볼모로 삼는 파업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권재현·이헌진·박윤철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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