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한중미 합동조사반으로부터 26일 건네받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등을 분석한 결과 사고기 이륙 직후 조종사들이 조종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확인했으나 사고 원인을 도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27일 발표했다.
건교부에 따르면 CVR에는 기장과 부기장이 “오늘 항공기가 왜 이러냐(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의미). 항공기에 이상이 있다(unusual)”고 여러차례 반복 대화하는 것이 선명한 음질로 들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기체 결함때문인지 조종사의 작동 잘못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는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
건교부는 또 추락 원인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비행기록장치(FDR)는 전체(30m)의 극히 일부(50㎝)만 발견됐고 비행자료보관장치(QAR)도 심하게 손상돼 자료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반의 한국측 조사반장인 건교부 이우종(李宇鍾) 항공안전과장은 “FDR나 QAR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을 경우 사고 원인 조사가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새로 드러난 사실 ▼
활주로를 이륙한 사고기는 1천4백m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조종 불능 상태에 빠졌고 기수가 아래로 35∼45도 기울어진 채 떨어지면서 지상에 충돌했다.
비행기 후미와 조종석 오른쪽에 위치한 엔진의 조종기에선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조종석 왼쪽 엔진의 조종기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다.
지상 충돌 이전에 비행기 이동항로 주변에 사고기 부품이 떨어진 것은 없었으며 테러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1백여개의 비행기 조종기중 18개를 조사한 결과 충돌 이전에 공중폭발한 흔적은 없었다.
▼ CVR로 구성한 항공기 추락 ▼
▽이륙전〓관제탑에서 이륙 허가와 함께 9백m 상승하면서 “좌회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륙∼고도 6백m 지점〓조종사들은 이륙 직후 조종을 자동으로 전환했으나 비행기가 예정된 항로에 따라 좌회전하지 않자 수동으로 전환했다. 이때 조종사들은 “비행기 상태가 안좋다(unusual)”고 말했다.
▽6백∼9백m 지점〓“1천5백m 지점까지 상승하라”는 관제탑의 지시가 있었고 조종사들은 이를 복창했다. 부조종사는 조종사에게 ‘1천5백피트’라고 잘못 전달했지만 이것 때문에 조종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적다고 건교부는 보고 있다.
▽9백∼1천4백m〓기장과 부기장은 여러 차례 “비행기가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다”며 “비행기가 오늘 왜 이러냐”고 말했다. 이때부터 관제탑과의 통신은 끊겼다.
▽추락 및 지상충돌〓부기장이 다급하게 “올라가야 한다”고 외쳤고 기장은 “비행기가 비정상(unusual)”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지상충돌할 때까지 사고기에 장착된 지상충돌경보장치가 ‘상승(pull―up)’하라는 경고음을 울려댔다.
▼ 앞으로 일정 ▼
QAR와 FDR를 분석하는 한편 사고기 엔진을 분해, 오작동 가능성 여부를 검사하고 사고기에 부착된 1백여개의 작동기들을 대상으로 폭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건교부는 이같은 조사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