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戶主制 폐지/가족관계 안정해쳐…전통 보존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여성계는 부계(父系) 중심의 현행 호주제(戶主制)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에 바탕을 둔 호주제는 남녀차별을 심화하고 남아선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논리다. 그러나 호주제를 없애면 가족관계의 안정을 해친다는 반대의견이 아직 강한 편이다.》

◇반대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家)를 대표하는 사람은 호주(戶主) 또는 가장이다. 과거에는 호주가 다른 가족에 대해 여러가지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었으나 90년 민법 개정 때 다른 가족에 대한 호주의 특별한 권리가 민주적 이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삭제됐다. 남녀평등이라는 시대적 상황에도 맞는 조치였다.

호주제는 한국 전래의 미풍양속인 가를 계승하고 호적을 통해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역할을 한다.

폐지론자들은 호주제가 일제시대에 만들어졌고 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끌어댄다.

호주제는 일제의 잔재가 아니다. 삼국시대부터 부모에게 효도하는 유교 전통이 있었고 이미 조선조 초기에 호주를 중심으로 호적이 가별로 편성됐다. 남녀평등에 반하는 호주의 권리는 삭제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가를 계승하고 호적을 통해 신분관계를 명확히 공시하는 호주제도가 다른 나라에 없다고 해서 한국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대가족제도가 부부 중심의 핵가족제도로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기의 근원을 알고 조상을 섬기고 대를 이어가는 정신은 오히려 더 필요해졌다.

민법에서 가(家) 제도를 삭제하고 호주제를 폐지한다면 동성(同姓)이고 본(本)이 같으면 일가(一家)로 보는 개념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핵가족이 보편적인 서구에서는 자녀가 20세가 되면 독립적인 생활을하도록허용하고노인문제는 사회보장제도에 의해 해결된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결혼 전까지는 모든 가족이 함께 생활한다. 특히 장남은 혼인을 해도 계속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부친이 돌아가시면 장남이 가를 계승한다. 한국의 고유한 미풍양속이고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이다. 가족관계를 안정시키고 친척간에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데 서구의 핵가족제도 보다 더 도움이 된다.

장남이 부모와 같은 가에 살면서 자식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호주제를 존속시켜야 한다.

정기웅〈경찰대학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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