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전국 휩쓴다…대학가에선 모르면 「왕따」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09분


《전국에 주식투자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식투자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손에 쥔 사람들이 적지않게 나오면서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증권사 객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은행금리 연 7∼8%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직장에서도 최대 화제는 주식. ‘어제 얼마 벌었어?’ ‘어떤 종목이 좋을까?’라는 이야기판이 무성하다. 대학가에선 주식을 모르면 ‘왕따’당하기 일쑤고 중소업자들은 사업자금을 주식시장에 들고가는 행동까지 서슴지않고 있다. 이상(異常) 투자열기를 집중조명한다.》

○…대학가 주변 증권사 지점마다 계좌를 트려는 대학생 고객으로 객장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대신증권 신촌지점의 경우 대학생 계좌가 올들어 6백여개나 늘었다. 대학생 계좌는 1백만∼5백만원이 대부분.

대학생 박모씨(21·경제학과)는 “경제 공부하는 셈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 3백만원을 투자했다”며 “요즘 주식을 모르면 왕따되기 십상”이라고 귀띔. LG증권 신촌지점 김상수(金相洙)대리는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객장에 나와 시세표를 훑어보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마디.

○…서울 강남의 ‘큰손’들은 아예 ‘그들만의 투자클럽’을 결성하고 급등장세에 대응하는 기민한 모습. 이들은 돈을 운용할 펀드매니저와 목표수익률, 펀드의 성격 등을 직접 정하고 투자종목과 투자방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시로 낼 정도로 펀드운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한투신 강남역지점 선경상(宣京相)과장은 “회사사장 변호사 자영업자 등 1인당 3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람들이 투자클럽의 주요 멤버”라고 전언.

○…주식으로 거액을 번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주식을 전혀 모르는 초보투자자들도 ‘한건주의’로 흐르는 양상.

주부 이모씨(40·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은행 금리가 너무 떨어져 만기가 된 적금 5천만원을 찾아서 주식투자할 작정”이라며 “매일 오르는 주가를 보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회사원 김모씨(35·서울 송파구 가락본동)도 “주위에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 욕심을 냈다”며 “그동안 모은 5천만원 중 3천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상계점의 조건호지점장은 “과거에는 초보자들의 투자금액은 5백만원 미만의 소액이었으나 요즘에는 주식에 처음 투자하면서 수천만원을 예사로 내놓는 등 배짱도 커지고 있다”고 전언.

투자자들은 직원들이 “떨어질 것 같으니까 다음에 사자”며 신중한 투자를 권해도 “계속 오르는데 무슨 소리냐. 지금이 투자 적기다”며 막무가내로 투자종목을 정하기도 한다는 것.

그런가 하면 ‘손해 덜보고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실권주와 공모주 청약열기도 주식투자 못지않다. 보다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기위해 ‘사돈의 팔촌’명의까지 빌려 계좌를 트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

○…서울 구로공단과 인천 남동공단 등 중소기업이 밀집된 공단 부근 증권사 영업점에도 중소기업인들의 발길이 부쩍 증가.

일부 중소기업 사장은 개인돈뿐만 아니라 운전자금으로 대출받은 회사자금을 주식에 쏟아부을 정도로 과열로 치닫는 분위기가 역력.

○…사이버 증권시장도 과열 직전. 삼성증권 사이버주식팀의 경우 4월 한달 동안 거래규모는 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의 10배를 넘었다. 증권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와 명동일대 상가와 유흥업소들은 주가상승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직장인들로 매상이 30∼50% 늘어나는 등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이강운·김상훈·이완배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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