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이 심한 한나라당의 경우 98년의 총지출액이 1년전에 비해 1천18억원이 줄어들었지만 선관위는 이날 2백93억원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빈곤속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출액이 1년 사이에 3백11억원과 2백19억원이 각각 늘어났지만 발표자료에는 증가액이 4백61억원과 3백6억원으로 부풀려졌다.
선관위는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기자들의 지적을 받고 허둥지둥 검증작업에 나서 97년 지출액 중 정치활동비만 비교대상으로 삼았을 뿐 인건비 등 기본경비를 빼먹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는 발표자료의 곳곳에서 수치의 ‘반올림’까지 잘못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선관위는 그같은 잘못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관위측은 정정자료를 내거나 사과를 하기는커녕 내부적으로 ‘쉬쉬’로 일관했다. 또 상당수 언론사가 ‘엉터리 숫자’를 보도해도 수수방관했다.요즘 일의 경중과 선후를 가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일까지 벌어져 선관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구설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선관위는 이번 일이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해명자료를 내라”고 촉구했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