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2일 최병순(崔丙順·85·서울 서초구 방배동)할머니가 현금과 부동산 등 10억여원의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할머니가 내놓기로 한 돈은 삯바느질과 식모살이 옷감장사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모은 돈이어서 더욱 값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 광주군 초월면의 가난한 농사꾼의 딸이었던 최할머니는 19세때 결혼했으나 도박과 술에 중독된 남편의 학대에 견디다 못해 헤어진 후 25세되던 40년 단신으로 상경했다.
이때부터 바느질 옷감장사 등을 닥치는대로 해 모은 돈으로 46년경에는 종로구 인사동의 한옥 한 채를 구입해 하숙집을 운영했으나 공산주의자였던 하숙생을 숨겨주었다는 간첩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한국전쟁 동안에는 부역혐의로 검거돼 10년동안이나 복역하기도 했다.
출소했을때는 이미 46세였지만 좌절하지 않고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을 모았다. 62년 한 노인을 만나 재혼했으나 70년경 재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난뒤 줄곧 혼자 지내왔다. 할머니는 최근 고향의 논밭을 처분해 마련한 돈 8억5천만여원과 자신이 사는 아파트 한 채를 모두 고려대에 기증키로 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이 모은 돈을 뜻깊게 쓰려는 생각에서였다.
고려대는 최할머니의 회고록을 책으로 펴내 학생들에게 교양도서로 읽힐 예정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