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비리]임직원이 「주인」 행세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두 달간 진행된 검찰 수사 결과 농 축협은 중앙회 및 단위조합 모두 운영 체계에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검찰은 우선 단위조합장들이 선출하는 중앙회장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어 중앙회장의 업무전횡을 막거나 전문성 결여를 보완할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구속된 송찬원(宋燦源) 전축협중앙회장과 원철희(元喆喜) 전농협중앙회장은 부회장 등 간부진의 의견과 여신규정을 무시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결정했다.

중앙회장의 독단적 운영은 인사철마다 금품을 상납하고 회장단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고질적 관행을 조장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중앙회장 선거풍토는 정치권보다 더 혼탁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백93명의 조합장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축협의 경우 조합장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줘도 이를 방지할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선출직 중앙회장이 단위조합의 업무를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는 경기 이천농협 아미지점이 지역 조직폭력배에게 1백억원을 대출해주고 62억원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감사를 벌여 지점만 폐쇄하고 대출담당 직원들에게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

지방 단위조합의 병폐는 중앙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장이 업무결정권과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어 직원들은 조합장을 통해 들어온 대출 및 이권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은 전국 농수축임협과 인삼협 소속 2백84만 조합원의 재산과 권익을 보호해야 할 조합 임직원들이 전 근대적인 관행에 젖어 병폐를 스스로 근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조합 임직원들은 대출업무나 수익사업에서 관행적으로 사례금을 받거나 서류를 허위로 꾸며 차액을 챙기는 등 구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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