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연에서 몸에 익숙해진 아코디언을 흔들어가며 한바탕 연주를 끝낸 그린실버밴드 악단장 이수철씨(64)가 은근히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그럼, 그럼. 그래도 바쁜게 좋잖아.” 고참 단원인 드럼주자 김윤동씨(71)가 맞장구를 친다.
그린실버밴드는 할아버지 6명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며 노인들에게 음악을 선사하는 악단. 아코디언을 다루는 이단장은 공무원 출신이고 드럼주자 김씨와 정순만(69·베이스기타) 김길재(68·테너색소폰) 정길성(59·기타) 송학봉씨(58·트럼펫) 등은 악사출신이다.
행사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밴드 앞에 나서는 ‘전속가수’ 김안수할머니(65)도 빼놓을 수 없는 명예단원.
이 악단이 처음 싹을 틔운 곳은 언제나 노인들로 붐비는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87년쯤인가, 오십고개를 넘으면서 막연히 정년을 기다리지 말고 뭔가 해보자는 생각에서 아코디언을 배웠습니다. 주말마다 연습삼아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위문공연을 했죠.”
이단장의 ‘작은 연주회’에 관한 소문이 번지면서 지금의 단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97년 말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소속으로 악단을 창단했다.
요양원과 양로원 노인정 등 이들이 찾아갈 ‘무대’는 의외로 많았다. 흘러간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로 시작해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등 최신가요까지 두루 섭렵하는 이들의 무대는 늘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5월 한 요양원에서의 공연 때 목발을 짚은 70대 할머니가 문 밖까지 따라나와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즐거운 날은 난생 처음’이라고 인사해 목이 메었다는 이단장의 말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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