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가 단순한 두 권력집단의 세력싸움으로 끝날 수는 없다. 검경의 수사권 행사는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두 집단은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집단 이기적인 발상을 떠나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 보다 바람직한 제도인지를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감정적으로 맞서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의 바람직한 자세가 결코 아니다. 모두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을 되찾아 법리와 논리에 따라 진지한 논의를 펴야 한다.
우선 경찰이 수사권독립을 자치경찰제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지자체 경찰이 국가기관인 검찰의 지휘 감독을 받는 것은 분권화를 추구하는 자치경찰제의 이념과 조화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치안질서의 유지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사무에 속하지 않고 일종의 국가위임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감독권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미국 독일 등 연방국가에서도 주(州)정부의 경찰권 행사에 연방정부가 개입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같은 단일국가구조에서 지방자치제조차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경찰제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인권침해 가능성을 든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기에는 인권침해 면에서 검찰과 경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검찰이 편파사정 표적수사 등을 통해 범하는 인권침해나 경찰이 일반 범죄수사에서 저지르는 인권침해는 다를 것이 없다. 지금처럼 검찰의 지휘 감독 아래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인권보장이 아주 모범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검찰은 경찰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스스로 인권보장의 실천자가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경찰의 자질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사실 경찰은 되풀이해서 발생하는 갖가지 비리사건이 보여 주듯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집단은 아니다. 물론 이 점은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요구하기 위해서 경찰 스스로 다시 태어나려는 뼈아픈 자기혁신과 깊은 자기반성을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찰의 환골탈태 없는 수사권독립은 자칫하면 검찰의 우려대로 경찰의 부정과 비리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그러한 우려는 수사권독립을 반대하는 종속논리는 될 수 있어도 독립논리일 수는 없다. 수사의 지휘 감독권을 갖는 검찰의 부정과 비리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독립이 필요하다는 역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 체계는 경찰이 검사에게 영장신청을 하고 검찰이 법원에 영장청구를 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경찰이 직접 법원에 영장청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무죄추정 및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의 독점적인 구속영장 청구권과 기소독점주의를 이유로 경찰의 수사권독립이 법체계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경찰에서 추진하는 수사권독립이 포괄적인 것이 아니고 교통 단순절도 폭행 행정법규위반 등 불구속수사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라면 공소유지 책임을 들어 검찰이 경찰수사를 지휘 감독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아무튼 검찰과 경찰은 밥그릇싸움으로 비치지 않도록 국민에게 유리한 제도를 함께 찾아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허영(연세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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