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구당 제도는 폐지되거나 대폭 개선돼야 한다. 지구당은 중앙당에 대비되는 조직으로 상향식 민주정당의 토대를 이루는 지방분권적 정당조직이다. 지구당은 지역적으로 당원이나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중앙당의 정책을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의 지구당은 이런 역할을 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비용 정치구조의 주범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지구당은 독점적인 폐쇄성과 관료화로 사실상 지구당위원장의 지구연락소 또는 차기 선거준비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각 지구당은 임대료 인건비 등 기본 유지비만 월 5백만원 이상 들어 전국적으로 최소한 연간 4백억∼5백억원이 직접유지비로 쓰인다. 각종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조직비용까지 감안하면 지구당 운영비는 몇배에 이른다.
지구당의 독점화와 관료화를 막으려면 조직을 대폭 축소해 유지비용을 줄이고 비용도 당원들이 분담하거나 중앙당의 일정한 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지구당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도 강구돼야 한다.
지구당 조직을 줄이려면 현재의 지구당은 폐지하고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의 연락사무소를 두는 게 좋다. 연락사무소는 유급직원을 최소화해 평상시에는 민원처리 당원관리 등 기본 업무만을 수행하고 선거 때는 연락사무소 내에 선거대책위를 구성해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국회의원 또는 의원후보자는 연락사무소의 책임자가 될 수 없게 하고 운영비는 특정인이 30% 이상 부담하지 않도록 해 연락사무소 독점현상을 막아야 한다. 연락사무소에 등록하고 일정한 당비를 내는 당원에게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대의원 자격 등 우선권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의원이나 의원후보자는 명칭 여하에 관계없이 선거운동이나 조직운동을 위한 사무실을 둘 수 없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피선거권 박탈 등 강력한 제어장치를 둬야 한다.
이런 지구당 개선조치와 함께 중선거구제가 채택돼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부담에서 자유로워져야 국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이상수<새정치국민회의 정치개혁특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