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러자꾸나. 그런데 얘들아 할머니라니 섭섭한데. 선생님은 50년전부터 변함없이 그저 선생님일 뿐이거든….”
매주 토요일 서울 성동구 성수2가 3동 동사무소에서 열리는 무료 한문교실은 언제나 웃음이 가득찬다.
‘할머니 여교사’의 구수한 입담과 해박한 지식에 초등학생 30여명은 귀를 쫑긋 모으다 때론 함박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할머니 여교사는 올해 74세의 유태희(兪泰喜·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평생을 교단에 서다 정년퇴임했으며 전직 여교사들의 자원봉사 모임인 ‘민들레회’ 회원이다.
이 모임은 70대 연령층의 전직 초등학교 여교사 15명이 97년 5월에 만든 것. 퇴직교사 모임에서 알게 돼 자연스레 뭉쳤다.
이들은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료번역서비스에 참여해 일본어 번역 등 왕년의 전문지식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치매노인 상담업무를 도와주는 등 단순작업도 마다 않는다.
매주 세차례 서울중앙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매주 한번씩은 각 구청 도서관에서 열람실 정숙지도를 하기도 한다.
유씨는 “평생 국가의 녹(祿)을 먹은 사람으로서 여생을 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민들레회 활동을 시작한 후 삶에 더욱 활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인 15일 민들레회 회원들의 가슴엔 예쁜 카네이션이 달릴 것이다.
“눈 감는 날까지 카네이션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보람있는 인생은 없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회장 정영남(鄭暎男·74)씨의 말이다.
〈이기홍·김경달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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