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우이동 그린파크 호텔. 북한 함남의 함흥고보(함남중학) 동창회가 열렸다. 동창들은 대부분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들.
이날 모인 동창들은 1백20여명으로 모두들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밝은 표정이다.
함흥고보에서 배출한 인재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박동묘(朴東昴·23기)회장은 박정희정권시절 농림부장관을 지냈다.30년 이상 어린 제자와 결혼하는 등 화제를 뿌렸던 김흥수(金興洙·20기)화백도 동문이다.
함흥고보 동창회는 6·25전쟁 끝무렵인 53년 설립돼 그동안 매년 두차례 모임을 가져왔다. 그러나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 이날 최고의 화제는 20여년 전 세상을 떠난 한순현선생님이었다.
당시 한선생님은 ‘조선어’를 쓰는 학생들을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감싸주던 스승이었다. 이날 동창회는 통일을 기원하며 끝을 맺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