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연봉제』직장인들 속앓이…商議 18社 조사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올해 연봉제를 도입한 A그룹의 직원 이모씨(37)는 인사고과에서 부서내 최하위 점수를 받는 바람에 올 계약연봉이 작년 임금보다 2백만원 가량 줄었다. 갓 부임한 부서장의 고과결과가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연봉계약서에 첨부된 사직서를 보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사직서는 회사가 정한 연봉에 동의할 수 없으면 그만두라는 뜻이기 때문.

최근 연봉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속앓이를 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기업들이 속속 연봉제로 임금체계를 전환하고 있으나 연봉산정의 기본이 되는 인사고과방식은 기존의 일방적인 평가방식을 벗어나지 못해 근로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19일 대한상공회의소 부설 한국경제연구센터가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 18개 기업의 근로자 5백73명을 대상으로 조사(조사팀장 박경규·朴庚圭 서강대교수)한 결과 국내기업 근로자의 경우 현재의 인사고과제도가 적정하다는 응답이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사가 고과절차와 고과결과의 활용처를 알려주는 등 인사고과 절차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반면 외국기업 근로자의 경우에는 50% 이상이 인사고과제도가 적정하며 절차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연봉산정에 불만이 있을 때 외국기업 근로자의 44%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국내기업 근로자는 22%만이 이의제기가 가능하다고 응답.

이에 대해 박경규교수는 “연봉제 성공의 전제조건은 공정한 평가시스템과 이에 대한 사원들의 신뢰”라며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인사고과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이의제기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