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原流가 죽어간다]최상류 북천 르포

  • 입력 1999년 5월 20일 10시 43분


2천만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한강이 원류(源流)부터 오염되고 있다.

강원 고성군 미시령과 진부령에서 발원해 인제군 북면 용대리 합강리를 거쳐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북한강 상류 북천. 주변의 식당 숙박시설 등 접객업소에서 흘러드는 오폐수로 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돌은 검은 이끼로 뒤덮였고 물도 검은빛이 감돌았다.

북천 하류에서 출발해 46번 국도를 타고 한계삼거리에 이르자 도로 양편에 늘어선 식당 민박집 등 20여채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 이태현(李泰鉉·72)씨는 19일 “7,8년 전 한계삼거리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물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그 전에는 북천 물을 그냥 마셨는데 요즘은 맨발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용대리를 지나자 북천 왼편으로 마구 파헤쳐진 공사지구가 나타났다. 인제군이 2006년까지 호텔 콘도 등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을 갖춘 대규모 용대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 산자락을 파헤쳐 놓은 것. 이 곳에서 미시령삼거리까지는 다시 음식점과 숙박업소의 행렬.

한 주민은 “북천 상류에 있는 군 부대와 인근 스키장에서 배출하는 오폐수도 북천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제군 전지역은 95년 12월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해야 하는 ‘청정지역’으로 지정됐다. 1급수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0PPM 이하의 물로 정수과정 없이 그냥 마실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지난달 한강환경관리청이 북천 하류인 인제읍 합강리 리빙스턴교 부근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BOD 1.2PPM의 2급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군은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합병정화조를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잘지켜지지않고있다.

춘천환경운동연합 변정석(邊正錫·34)사무국장은 “수도권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북천 일대의 개발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제〓최창순·이명건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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