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자동차 총무이사이던 오세행(吳世行·55)씨는 회사의 경리업무는 물론 인사업무 전반을 맡아보면서 97년 12월이후 IMF한파에 따른 기업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회사는 자금난에 빠졌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오씨는 폭주하는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거의 매일 조기출근과 야근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씨를 견딜 수 없게 만든 것은 인원감축을 총책임지고 있는 총무이사로서 동료들의 목을 쳐야한다는 자책감이었다.
각 부로부터 어렵사리 대상자 43명의 명단을 받고부터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노숙자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우리 회사의 퇴사자들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심한 갈등을 겪었다.
서울행정법원12부(재판장 백윤기·白潤基 부장판사)는 21일 오씨의 부인 송모씨(53)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不)지급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오씨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 됐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씨는 과중한 업무와 구조조정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돌발적인 심장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업무와 연관된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