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사제銃 발사시위…수원 권선택지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내 철거대상 주민들이 사업지구안에 ‘철거감시 망루’를 설치하고 13개월째 반대시위를 벌이면서 사제 총까지 제작, 발사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전 6시50분경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내 철거감시 망루에서 철거반대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사제 총으로 철근을 2∼3㎝로 잘라 만든 ‘철근총알’ 3발을 발사했다는 것.

경찰조사 결과 망루에서 2백여m 떨어진 곳에서 지반정리작업을 하던 S건설 직원 정모씨(34)가 오른쪽 다리에 이 ‘철근총알’을 맞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철거반대 주민들은 또 13일 오후 3시반경 망루 옆 H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굴착기에도 ‘철근총알’ 2발을 발사해 유리창을 깬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 철거반대대책위원장 전모씨(32·여)와 회원 장모씨(31) 등 2명을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 혐의로 21일 구속하고 강모씨(30)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등은 사제총 10여정을 만들어 망루(높이 12m, 가로 세로 각 5m)에 보관해온 혐의다.

경찰은 이날 수원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주민들이 망루에 액화천연가스(LPG)통 5대를 갖다놓고 “접근하면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사제 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못했다.

구획정리사업지구내 세입자 18명은 보상문제가 타결되지 않자 지난해 4월 철거반대대책위를 구성, 2층 건물 위에 망루를 설치하고 시위를 벌여왔다.

▼사제 총▼

경찰은 문제의 사제 총이 길이 50∼60㎝, 구경 5∼10㎝로 부탄가스 등을 이용해 발사하도록 만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총알은 직경6㎜짜리 철근을 2∼3㎝로 잘라낸 것으로 앞 부분을 뾰족하게 만든 것도 있다.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철근총알 8개를 주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수원 남부경찰서 하승균(河昇均)형사과장은 “부탄가스를 이용해 발사하는 조잡한 총으로 보이지만 망루에서 2백여m 떨어진 곳에서 일하던 직원이 총에 맞은 점으로 미뤄 상당한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곡반정동 구획정리사업지구▼

수원시가 97년 6월 착공했다. 17만9천여평의 부지에 아파트 1천7백67가구, 단독주택 1천76가구가 들어설 예정. 현재 공정은 0.5%로 착수단계다.

이 지구에는 세입자 3백20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이 중 1백가구는 보상을 받은 뒤 떠났고 2백20가구는 아직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다.

〈수원〓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