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글이란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고 논리와 증거가 합당해야 하거늘 김씨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시각으로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이것이 마치 보편적 실증인 것처럼 논리를 비약했다. ‘효도가 사람잡는다’ ‘나는 신토불이가 싫다’ 등 몇몇 제목만 봐도 그렇다.
김씨는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신분사회, 토론이 없는 가부장제, 끼리끼리 이익을 나누는 혈연적 폐쇄성, 스승의 권위강조로 인한 창의성 말살 등 오늘 한국사회에서 드러나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공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구적인 진지함이나 분석적인 연구실적, 정확한 증거제시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공자를 부정하려고 작정했다면 천리(天理)에 기초한 자연과학적 우주론과 성리(性理)에 바탕한 인문과학적 인생론 및 윤리(倫理)에 기반한 사회과학적 정치론 정도는 파악하고 논설을 전개했어야 한다.
공자는 인격을 수양해 인문주의적 지성을 갖춰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문명한 나라를 세우며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라고 가르쳤다. 어디에 근거해 신분을 차별하고, 토론을 못하게 하고, 가정을 폐쇄하고, 창의성을 말살했다고 강변하는가.
김씨는 또 ‘현란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자의 도덕은 사람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것이었고, 남성을 위한 것이었고, 어른을 위한 것이었고, 주검을 위한 것이었다’고 단정했다. 유교의 정치론은 덕치인정(德治仁政)의 민본정치이다. 김씨는 애민 양민(養民) 호민(護民)을 근본으로 하는 대학의 3강령, 8조목이나 중용(中庸)의 9경(九經)이나 서경(書經)의 홍범9주의 정치강령도 모른다는 말인가.
유교는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삶과 주검 같은 문제를 상대적 통일체로 인식해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음양(陰陽)구조의 질서와 조화체계로 공존공영하는 만물생존의 자연법칙으로 설명한다.
현명한 독자들은 인류의 영원한 스승인 성인을 모독한 이야기에 함께 분노를 느끼리라고 믿는다.
서정기(전성균관 유교문화연구위원장 동양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