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27일 “고급옷 사건 가게인 라스포사의 원조 단골에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부인인 한인옥(韓仁玉)씨, 검찰총장출신인 김도언(金道彦)의원의 부인과 세도사건의 주역인 서상목(徐相穆)의원의 부인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국민회의의 발표에 대해 “이는 정치사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임시국회를 소집해 정치사찰 의혹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장관부인 호화의상 뇌물 및 갈취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우재·李佑宰)를 구성, 옷 상납 진상을 규명하는 동시에 한나라당 의원 부인들의 옷 구매 내용이 어떻게 국민회의에 흘러들어 갔는지를 밝혀내기로 했다.
권익현(權翊鉉)부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여당이 라스포사에서 옷을 산 야당의원 명단과 시기 액수까지 공개한 것은 야당의원 부인들에 대해서도 평상시 광범위하게 사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런 사찰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도 “범죄사실도 아닌 야당의원 부인들의 쇼핑실태까지 사사건건 추적해 공개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그토록 혐오했던 정보공작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이총재 등 구 여권 고관들의 부인이 문제의 옷집에 다녔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고 과거부터 세간에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공직자와 그 가족의 행동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말한 것이 어떻게 사생활 침해요, 정치사찰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최초 사건을 조사한 청와대 사정팀(사직동팀)에서 이런 내용이 흘러나왔다고 본다”고 말해 여권이 최소한 사생활 유출을 방조했을 개연성이 있음을 시인했다. 한편 한인옥씨측은 “97년 대선 전에 몇차례 가서 옷을 산 적이 있다”고 말했고 서상목의원 부인은 “그 가게가 지역구에 있어서 15대 총선 전에 인사차 들른 적은 있지만 옷을 산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김도언의원측도 “라스포사에 간 적이 없으며 여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