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씨 4차공판]『옷로비說 물의빚어 죄송』

  • 입력 1999년 5월 27일 19시 25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이 고위공직자 부인에 대한 옷선물 의혹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27일 오후 2시 서울지법 417호 법정에서 합의30부(재판장 이근웅·李根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외화도피사건 4차 공판에서 변호인인 한종원(韓宗遠)변호사는 최회장에게 “옷 로비 사건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한변호사는 줄곧 공소사실에 대해 최회장의 해명성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다 갑자기 이 질문을 던졌다. 변호인이 재판도중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최회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한변호사가 ‘언론에 크게 거론되고 있는 장관급 부인 옷 로비사건’이라고 설명해주자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변호사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묻자 최회장은 “경위야 어떻든 세상에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사람이 흥분한 끝에 본의 아니게 (사태를) 확대시켰다.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언론에 과장된 보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피차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옷 사건 때문에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말을 마쳤고 한변호사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재판에 참석한 신동아그룹 관계자는 “최회장이 ‘특별한 사정’ 때문에 진실과 다른 말을 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질문을 왜 갑자기 했겠느냐”며 “최회장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에는 신동아그룹 임직원 1백여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그러나 부인 이형자씨 등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최회장은 거액의 무역금융을 지원받아 해외로 빼돌리고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에 대해 진술하면서 “공금중 일부는 용도를 밝히기 어려운 곳에 사용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회장은 90년부터 지난해 5월 사이에 1천1백24차례에 걸쳐 대한생명 공금 8백80억3천만원을 횡령했다는 검찰의 추가기소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돈을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했다”며 “대출금 중 일부는 용도를 밝히기 어려운 곳에 사용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재판이 끝난 뒤 “최회장이 로비의혹을 시인한 것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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