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6·3재선앞둔 3당 기류

  • 입력 1999년 5월 27일 19시 34분


여야는 27일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의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이 ‘6·3’ 재선거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내 율사출신 의원들로 ‘장관부인 호화의상 뇌물 및 갈취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자체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임시국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 사건을 당시 검찰총장과 청와대법무비서관이 덮으려 했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면서 “임시국회를 열어 바닥으로 떨어진 현 정부의 도덕성 상실을 추궁하겠다”고 보고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권력 핵심부가 총출동해서 사건 본질의 왜곡에 급급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에 대한 수사를 지병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당의 한 관계자는 “당초 호화의상 뇌물사건으로 성격규명을 했으나 장관부인들이 악의적으로 상납을 강요한 측면이 강해 ‘갈취’라는 표현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 …여권은 이번 사건에 따른 파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회의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부인이 라스포사에서 옷을 사갔다고 맞불을 놓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몽골방문기간 중 정쟁중단을 야당측에 촉구한 것도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 ‘사생활 침해’논란에 휩싸이자 더더욱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2월 이 사건 조사를 마친 뒤 내용을 공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 …자민련은 고급 옷 로비의혹이 보도된 첫날인 25일은 관련 고위공직자 부인들을 거세게 비난했다가 다음날에는 침묵하더니 하루 뒤인 27일에는 또다시 비난 목소리를 높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영(李美瑛)부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재벌회장의 부인이 건네는 뇌물을 서슴없이 받은 일부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크게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6일 로비의혹 파문이 커지자 국민회의측을 의식한듯 반응을 삼가다 27일에는 이런 분위기가 서울 송파갑 재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자 다시 비난 공세를 폈다.

이부대변인은 “안에서는 사치와 낭비를 하고 밖에서는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강조하면 위선”이라고 공격했고 한 초선의원은 “여권 실세들이 권력의 단맛에 빠져있다는 단적인 증거 아니겠느냐”고 개탄했다.

○ …한나라당은 ‘6·3’ 재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호재’가 터져나오자 희색(喜色)이 가득한 표정이다.

이에 따라 이회창총재가 출마한 송파갑의 경우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 강화―계양갑의 안상수(安相洙)후보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기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며 가두유세 등을 통해 정치쟁점화를 시도했다.

반면 공동여당은 상승세가 이번 사건으로 주춤해졌다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파갑의 자민련 김희완(金熙完)후보측은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고 계양―강화갑의 국민회의 송영길(宋永吉)후보도 안상수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해 승기를 잡았다고 자신했으나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이다.

〈양기대·송인수·이원재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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