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7일 “국민회의가 한나라당 의원 부인들의 쇼핑 내용을 공개한 것은 정치사찰의 명백한 증거”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같은 정치사찰 주장은 최순영(崔淳永)신동아회장 부인의 고급옷 로비 의혹을 수사한 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정파에 수사내용을 알려주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사정당국이 야당의원 부인들의 사생활까지 조사해서 존안자료로 보관해오다 호화의상 뇌물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여당에 제공해 이를 공개한 것은 명백한 정치사찰”이라면서 “국민회의는 야당의원 부인들의 옷 구입내용 자료를 어디서 입수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정치사찰 공방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한 것은 여당의 고급옷 뇌물사건 ‘물타기’를 저지해야 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여당이 장관부인들의 고급옷 뇌물의혹의 진상을 호도하기 위해 한나라당의원 부인들의 정상적인 옷 구매 사실을 마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날조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권이 야당의원 부인들의 쇼핑내용을 파악해놓고 있으면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옷 뇌물의혹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축소기도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국민회의측 주장은 다르다. 국민회의는 문제가 된 라스포사에 이회창총재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 등이 드나들었다는 폭로는 세간에서 익히 아는 사실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종합 공개한데 불과하다며 사생활 침해나 정치사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한다.국민회의 박광순(朴光淳)부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한인옥씨 등이 그 곳에 드나들었느냐의 실체적 진실”이라며 “도덕성이 요구되는 야당총재와 그 가족의 행동을 검증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여부를 떠나 너무나도 당연한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최초 사건을 조사한 청와대 사정팀에서 여러가지 말이 흘러 나왔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일부 여권관계자들은 26일 보도진에 “라스포사에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부인이 자주 다닌 집”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