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說수사]강남 고급의상실 표정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53분


강남의 고급의상실들이 ‘고급옷 로비의혹 사건’의 된서리를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손님들이 격감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세무당국의 세무조사설까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진원지인 라스포사는 현재 아예 임시휴업을 하고 있다. 또다른 연루가게인 A의상실 역시 개점 휴업인 상태.

강남에 밀집한 고급의상실 업주들은 “올해 초부터 IMF로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풀리면서 이제야 고객들의 돈주머니가 열리나 싶더니 이번 일로 다시 찬서리를 맞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업주들이 매출 격감보다 무서워하는 것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는 최모씨(48·여)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소량생산 체제이기 때문에 옷감의 구입단계에서부터 무자료거래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다치지 않는 업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는 단지 거액의 세금을 무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무서 직원들이 가게에 나와 입회조사를 벌일 경우 매출액의 감소는 물론 브랜드의 이미지마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식 세일’도 있다. 일부 고급 의류점의 경우 언론에 ‘수백만∼수천만원짜리 고가의류들이 즐비하다’고 보도되면서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세일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일부 매장들은 아예 진열대에서 고가의류를 없앤 뒤 단골손님이 찾아오면 “요즘은 시끄러우니 다음에 오라”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나름대로 건전한 영업을 해온 업체들마저 호화사치로 비난을 받는 데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