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이형자씨-검찰 「모종거래」있었나?

  • 입력 1999년 5월 31일 23시 04분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30일 오후 8시경 이 사건 피고소인인 이형자씨의 변호인인 윤호일(尹鎬一)변호사가 갑자기 검찰청으로 왔다.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변호사가 출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특히 윤변호사의 출두는 검찰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의문을 증폭시켰다.

그로부터 4시간쯤 지난 밤12시무렵 이씨가 검찰청을 나섰다. 이씨는 기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죄송한 것인지는 명확히 얘기하지 않았지만 폭로 당시보다는 감정이 한결 누그러진 모습.

다음날인 31일 검찰은 두 사람간의 화해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전날 조사받는 과정에서 연정희씨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두 사람이 만났으면 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수사방향도 두 사람의 ‘화해’ 분위기에 맞춰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검찰은 연씨와 이씨 모두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에 연루돼 오해를 받았다는 것이고 이씨도 옷값 대납 요구를 받으면서 연씨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주변에서는 이같은 갑작스러운 반전(反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감정대립을 해오면서 폭로하고 이에 맞서 고소를 감행했던 두 사람이 몇시간의 수사과정에서 극적으로 화해했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두 사람간의 화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가 연씨와의 ‘상호 오해’를 풀고 그 대가로 폭로에 따른 사법처리 등을 면제받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과 이씨측간에 ‘심야의 담판’이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씨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씨가 연씨에게 미안해하거나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윤변호사는 비서를 통해 “사건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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