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몽골발언후]與 「金법무 퇴진론」돌연 잠잠

  • 입력 1999년 6월 1일 04시 12분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언급’은 예상했던대로 “투명하게 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우겠다”는 원칙론에 그쳤다.이같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여권 내의 해석은 일단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퇴진 불가론’과 ‘퇴진 시사론’ 등 두갈래로 엇갈렸다. 그러나 한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30일까지만 해도 들끓는 듯했던 ‘김법무장관 퇴진론’이 돌연 수그러들었다는 점이다.

우선 김장관의 퇴진 주장과 더 나아가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대통령을 잘못 모셨다” “권력을 독점한다”며 성토에 열을 올렸던 여권 내 동교동계 등이 31일 김대통령의 울란바토르 기자간담회를 전후해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이날 “우리는 누구를 성토한 게 아니라 언제나 그래왔듯이 김대통령을 잘 모시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급전의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번 외국방문기간 중 여권의 여러 채널로부터 보고받으면서 김장관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여권 일각의 분위기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날 “이번 사건으로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이 심화되는 것은 결국 ‘대통령 흔들기’”라는 ‘경고성’ 발언이 터져나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장관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은 매우 두텁다”며 “그동안 문제됐던 각료를 즉각 경질하지 않고 껴안았던 김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추어 보면 김장관의 거취문제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김대통령이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한 국내 상황을 먼발치에서가 아니라 피부로 느낄 경우 귀국 후 김장관 문제 등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는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김대통령이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불가피하게 김장관을 경질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여권 내 권력갈등 양상이 증폭되는 것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만은 분명히 한 것으로 여권 핵심관계자들은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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