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경우처럼 MBA 출신들이 한국의 기업현실에 적응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말하는 한국기업의 현실과 현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연봉 2천만원에서 1억원까지〓LG 삼성 현대 등 3대그룹이 98년 이후 뽑은 MBA 출신은 1천여명. 삼성그룹에는 현재 5백20명의 MBA 출신이 근무하고 있고 LG그룹도 1백30여명의 MBA를 거느리고 있다.
같은 MBA라도 직급은 평사원에서 부장, 임원급까지 다양하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LG생활건강㈜에 입사한 변지혜(邊智惠·28)대리의 연봉은 2천만원. 대기업 평사원으로 4년간 근무하다가 미국 MIT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모컨설팅회사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김모씨(35)의 연봉은 9만달러(약 1억원)이다.
▽MBA 활용 못하는 기업문화〓대기업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하다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 지난해 모그룹 계열사에 과장으로 입사한 김모씨(32).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한다.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50%. 과장급 연봉을 받고 있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미치며 미국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다. 그는 “업무 중심이 아니라 인간 관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계획성이 없고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섬유회사에 다니다가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LG EDS시스템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김현석(金鉉錫·36·과장)씨는 현업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
연봉 4천2백만원인 그는 “적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한국기업은 조직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변화를 시도할 때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너무 강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
▽헤드헌터의 유혹〓MBA 출신들에게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무너진지 오래. 워싱턴대에서 MBA를 취득한 황모씨(32)는 “현재 직장에서 영원히 머물겠다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다”며 “헤드헌터들로부터 가끔 연락이 오는데 언제든 좋은 여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