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연정희씨가 고소장을 낸 당일 이례적으로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 피고소인 이형자씨를 소환했다. 중증(重症)폐질환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배정숙씨도 앰뷸런스로 옮기면서 조사를 강행했다. 3일만에 결론을 내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발표 예정일인 31일부터는 수사 템포를 갑자기 늦췄다. 검찰 고위간부는 “수사발표가 6·3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가 갑자기 늦어지는 이유중의 하나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강인덕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의 사법처리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씨가 지난해 12월 구속위기에 몰린 최순영회장 구명문제를 언급하며 이씨에게 접근하고 또 옷값 대납을 요구한 정황증거를 확보, 배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또는 사기미수 혐의로 사법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검찰간부는 “배씨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돌려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배씨측의 반발. 강전장관 등 배씨 가족들은 배씨의 사법처리설이 흘러나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배씨 병실을 지키던 가족들은 검찰수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배씨가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전장관도 며칠째 두문불출한 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주변에서는 배씨가 의외의 내용을 ‘폭로’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어쨌든 검찰은 배씨를 섣불리 사법처리할 경우 심한 반발에 부닥칠 것을 의식, 기소유예하거나 아예 불입건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상황변화도 수사가 늦어지는 요인이다. 검찰은 당초 속전속결로 수사를 끝내 파문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수사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3 재선거도 고려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관계자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바로 치러진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면 검찰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