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명석/「개고기 양성화」 한국이미지 흐린다

  • 입력 1999년 6월 1일 21시 45분


음식문화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 생선이나 고기를 익혀 먹는 문화권에서 회를 쳐서 먹거나 날것으로 먹는 행위는 혐오감을 준다. 달팽이나 고양이 고기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서양인, 특히 미국 사람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보면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힌두교를 믿는 사람은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야만인이나 식인종과 같이 생각한다.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와 유태 문화권에서는 금지돼 있지만 중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개만큼 인간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충직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의 길잡이로, 적이나 낯선 사람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파수꾼으로, 조난을 당해 주인이죽어도그곁을 떠날 줄 모르는 충성스러운 친구로 개는 항시 인간 옆에 있다.

서양에서는 자녀들이 자라 부모 곁을 떠나면 개가 빈자리를 메워주고 외로움을 달래준다. 서구인들에게 영특한 애완동물인 개를 요리해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혐오 대상이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 필리핀 태국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개고기는 일부 사람들이 즐기는 전통음식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개고기를 양성화 법제화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경제 분야에서 그러하듯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음식문화에서도 대다수 나라의 사람들이 혐오 대상으로 생각하는 개고기를 법제화할 수는 없다.

개고기를 양성화해 합법화시키는 것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계 부처에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리 없이 위생관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공연히 개고기 양성화니 법제화니 떠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동물 애호가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나라의 이미지를 흐려놓을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한국 사람은 몸에 좋다고 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몰려다니면서 야생 동물들을 탐닉한다고 국제적으로 소문이 나 있다.

2002년 월드컵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왜 개고기 양성화 문제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만일 개고기를 양성화해 세계적인 이목의 대상이 되면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으로 결코 득될 게 없다.

박명석<단국대교수·영미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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