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포커스/심층취재]여중-여대생들의 다이어트

  • 입력 1999년 6월 1일 21시 45분


《‘금요일 아침 닭죽, 점심 햄버거 콜라, 저녁 햄버거 콜라, 야참 햄버거 콜라.’(창덕여중 1학년 C양)‘수요일 아침 굶고, 점심 제육덮밥, 저녁 컵라면. 목요일 아침 점심 굶고, 저녁 팥빙수. 금요일 아침 굶고, 점심 오므라이스, 저녁 라면. 토요일 아침 빵, 점심 수프, 저녁 라면.’(숙명여대 1학년 H씨)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고 밥 대신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식사내용이다. 성장기 청소년의 식사습관과 영양섭취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韓榮實)교수와 공동으로 한교수의 ‘알기쉬운 식품학’강좌를 듣는 여대생 1백14명과 서울 창덕여중 1학년 1백17명을 대상으로 음식일기를 쓰게 했다. 여대생은 5월3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여중생은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6일간 먹은 음식과 음료수를 낱낱이 기록했다.

이 결과 여대생 10명중 9명, 여중생 10명중 9.5명꼴로 ‘하루 세끼 규칙적 식사’를 하지 않고 필수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이같은 식사패턴이 계속되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은 물론 골다공증이나 성인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가 살을 빼라고 해서 한동안 저녁을 굶은 적이 있어요. 지금은 밥을 안먹으면 엄마가 혼을 내지만 그래도 날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을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중 1학년생의 이야기다. 이 학생의 키는 1백58㎝, 몸무게는 45㎏.

취재팀과 면담한 여중생들은 한결같이 “친구들끼리 모이면 최대 관심사가 다이어트다”고 말했다. 살을 빼기 위해 엄마와 함께 저녁을 굶는 친구도 많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 이들은 대부분 몸이 깡마른 유명 모델이나 탤런트를 이상적인 체형으로 꼽고 있다. 다이어트관련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특히 여중생들은 살이 찌면 친구에게서 놀림을 당하는 등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날씬한 몸매’와 ‘다이어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영실교수가 여중 1년생 1백17명을 상대로 다이어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중 40명(34%)이 사흘 이상을 굶거나 특정 음식만을 먹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실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대생 1백14명 중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실천해본 학생은 49명(43%)이었다.

여대생 김모씨(1백73㎝·53㎏)와 권모씨(1백67㎝·52㎏), 여중생 문모양(1백55㎝·43㎏)처럼 정상 체중이거나 오히려 마른 편인데도 살을 더 빼야 한다는 학생이 상당수였다.

대부분의 학생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식사할 때 체중조절을 염두에 두고 메뉴를 선택한다는 학생은 여중생 2명(1.7%), 여대생 13명(11%)에 불과했다.

취재팀과 면담한 중학생과 대학생의 대부분이 ‘다이어트란 굶어서 살을 빼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끼이상 굶은 학생이 여대생의 57.0%(65명), 여중생의 75.2%(88명)나 됐다. 또 여대생의 16.5%와 여중생의 11.8%는 하루 한 끼 이상을 규칙적으로 굶고 있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박용우(朴用雨·가정의학과)박사는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지식때문에 성장기 청소년들이 몸을 망치고 있다”며 “결과가 늦게 나타나더라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며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빠진 체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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