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고 밥 대신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식사내용이다. 성장기 청소년의 식사습관과 영양섭취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韓榮實)교수와 공동으로 한교수의 ‘알기쉬운 식품학’강좌를 듣는 여대생 1백14명과 서울 창덕여중 1학년 1백17명을 대상으로 음식일기를 쓰게 했다. 여대생은 5월3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여중생은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6일간 먹은 음식과 음료수를 낱낱이 기록했다.
이 결과 여대생 10명중 9명, 여중생 10명중 9.5명꼴로 ‘하루 세끼 규칙적 식사’를 하지 않고 필수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이같은 식사패턴이 계속되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은 물론 골다공증이나 성인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때에 식사를 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학생은 여대생의 11.4%(13명), 여중생의 4.3%(5명)에 불과했다.
여중생과 여대생 가운데 식사습관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을 각각 1명씩 골라 4명의 음식일기를 분석한 결과 개인별로 극심한 영양편차가 드러났다.
바른 식습관을 가진 자연과학부 2년 김모씨.
김씨는 일주일 21끼 중 20끼를 제시간에 맞춰 먹었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 것은 한 번에 불과했다. 섭취 열량은 하루평균 2천90㎉로 한국영양학회가 20대초반 여성을 기준으로 제시한 권장량 2천㎉와 비슷했다.
반면 경영학부 1년 김모씨는 일주일 동안 7끼는 물 한 모금도 먹지 않았고 6끼는 과자 몇 조각과 음료수만으로 때웠다. 사실상 13끼를 굶은 것으로 하루평균 한 끼로 버틴 셈이다. 김씨는 밤 10시 이후에 많은 양의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등 식사시간과 영양소 섭취가 모두 불규칙적이었다. 김씨의 하루평균 열량 섭취는 1천1백56㎉로 권장량의 57.8%였다. 특히 비타민C와 칼슘은 각각 권장량의 22.7%와 30.0%에 불과해 심각한 영양결핍 현상을 나타냈다.
음식일기를 분석한 이유정씨(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석사과정)는 “성인의 경우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신체유지를 위해 하루 1천3백㎉는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며 “김씨는 부족한 영양소를 체내에 저장된 양분에서 매일 보충하느라 몸이 축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중생 이모양은 6일간 한 번 식사를 거른 것을 제외하고는 한 끼도 소홀히 하지 않아 다른 학생과 대조를 보였다. 이양의 하루평균 섭취 열량은 1천9백92㎉로 권장량과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박모양은 18끼 중 6끼를 굶었다. 특히 토요일인 5월1일은 비빔밥 한 그릇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이 하루종일 먹은 음식의 전부.
박양은 모든 영양소 섭취가 권장량의 절반 정도에 그쳤으며 칼슘은 권장량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박용우(朴用雨·가정의학과)박사는 “영양섭취량이 너무 적으면 두뇌활동에도 지장을 줘 학습능률을 떨어뜨린다”며 “특히 골격이 형성되는 성장기에 칼슘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이른 나이에 골다공증과 빈혈 등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오명철팀장 이병기 이철희 박현지 윤종구 부형권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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