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고 밥 대신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식사내용이다. 성장기 청소년의 식사습관과 영양섭취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韓榮實)교수와 공동으로 한교수의 ‘알기쉬운 식품학’강좌를 듣는 여대생 1백14명과 서울 창덕여중 1학년 1백17명을 대상으로 음식일기를 쓰게 했다. 여대생은 5월3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여중생은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6일간 먹은 음식과 음료수를 낱낱이 기록했다.
이 결과 여대생 10명중 9명, 여중생 10명중 9.5명꼴로 ‘하루 세끼 규칙적 식사’를 하지 않고 필수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이같은 식사패턴이 계속되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은 물론 골다공증이나 성인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세대의 식습관은 한마디로 ‘풍요속의 빈곤’이다. 라면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 푸드를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는 반면 칼슘이나 비타민 등 성장기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중생 김모양. 수요일 3끼를 모두 피자와 콜라로 해결했다. 박모양은 6일동안 라면 4번, 피자와 콜라 1번, 햄버거 1번, 감자튀김 1번 등 모두 일곱 끼니를 인스턴트 식품과 분식으로 때웠다.
간식은 거의 전부가 인스턴트 식품. 열명중 아홉명꼴로 과자나 아이스크림 햄버거 피자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
대학생도 마찬가지. 대부분 라면 스파게티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군것질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아동복지학부 1학년 임모씨는 특별한 식사시간 없이 1시간 단위로 호떡 자장면 초콜릿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을 식사대용으로 먹었다. 생활과학부 정모씨의 일주일간 점심 7끼를 보자. 4번은 라면, 2번은 각각 빵과 냉면, 나머지 1번은 아예 굶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그릇된 상식으로 저녁을 굶다가 밤늦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피자나 햄버거를 먹는 학생도 많다. 다이어트 때문에 저녁을 안먹는 생활과학부 1학년 홍모양은 야참으로 월요일 핫도그, 수요일 피자, 토요일 스파게티, 일요일 햄버거 등을 먹었다. 살은 살대로 찌고 필요한 영양소는 섭취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계속한 것.
학생들의 불규칙한 식사 및 간식습관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여중생중 6일 동안 정식 끼니를 3회이상 인스턴트 음식으로 해결한 학생이 80%를 넘었다. 반면 정식 끼니때 인스턴트 식품을 한 번도 먹지 않은 학생은 3.4%에 불과했다.
여대생도 마찬가지. 일주일 동안 세끼 이상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운 학생이 70%를 넘은 반면 인스턴트 음식을 전혀 안먹은 학생은 3.5%에 그쳤다.
한영실교수는 “청량음료에 첨가물로 들어가는 인산염은 체내의 칼슘과 결합, 몸에서 칼슘을 배출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골다공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청량음료를 줄이는 대신 우유와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