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사건 수사]의혹만 남긴채 끝날 가능성

  • 입력 1999년 6월 1일 22시 45분


‘고급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김태정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의 부인 이형자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연씨가 그 고소를 취하하면 검찰 수사는 이상한 모양이 된다. 고소의 당사자는 사법처리의 대상에서 ‘면제’되고 중간에 섰던 사람들의 문제만 엉거주춤하게 남기 때문이다.

연씨의 고소취소는 2,3일전부터 예견돼 왔다. 검찰은 수사브리핑을 하면서 “피고소인인 이형자씨가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연씨와 이씨가 검사실에서 통화한 사실도 일부러 공개하는 등 연씨와 이씨의 화해무드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알렸다.

이씨는 수사초기 이같은 화해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속중인 최순영회장의 주임검사까지 나서서 이씨를 신문하는 등 검찰의 ‘노력’에 따라 이씨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버텨봐야 득될 것이 없다는 이씨측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주역인 배정숙씨와 정일순씨 문제도 고소취하 분위기에 맞춰 처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배씨가 지난해 12월 구속위기에 몰린 최회장 구명문제를 언급하며 이씨에게 접근하고 이씨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한 정황증거를 확보, 배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또는 사기미수 혐의로 사법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검찰은 그러나 배씨와 정씨 등에 대해 강도높은 사법처리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배씨의 경우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로 숨을 쉴 정도로 건강이 안좋고 정씨도 고혈압이 악화해 말을 잘 못할 정도여서 구속할 수 없다는 것. 검찰은 배씨 등에 대해 불구속입건 또는 기소유예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배경에는 배씨 등의 건강 뿐만 아니라 이들의 반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씨 등이 자신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처벌되는 것에 반발해 의외의 사실을 폭로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의혹’은 있고 분명한 ‘해명’은 없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수사결론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많아 수사발표로 파문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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