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사건 수사]검찰, 연정희씨 심야귀가 과잉보호

  • 입력 1999년 6월 1일 22시 45분


검찰이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지난달 31일 밤늦게 귀가하는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제삼의 인물’을 ‘위장용’으로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한때 제기됐으나 확인 결과 그 여인은 김장관의 여동생으로 밝혀졌다.

1일 0시45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 지하주차장 출구를 통해 검은색 레간자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주차장 밖으로 나오자 연씨의 귀가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TV카메라 조명을 환히 비추며 사진기자 7,8명이 레간자 앞으로 몰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졌다.

취재진이 레간자의 중년여성 때문에 한눈을 파는 사이 ‘진짜 연씨’는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12층 조사실에서 내려와 청사 옆문 민원실 출구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취재진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는 임무를 맡은 두 명의 검찰 직원은 휴대전화로 밖의 형편을 안으로 알렸다.

0시55분경 굳게 닫혀 있던 높이 2.5m의 민원실 철제 셔터가 열렸고 연씨는 검사와 직원 4,5명에 둘러싸인 채 밖으로 나왔다. 연씨는 청사 밖 큰길 가에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던 하얀색 아반떼 승용차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50여m를 내달았다.

오전 1시15분경 문제의 레간자와 연씨를 태운 아반떼는 연씨의 자택 서초동 W빌라트 앞 골목에 나타났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아반떼가 취재진 10여명의 눈에 들어온 지 1,2초 후 골목 반대 편에서 레간자가 등장하더니 쏜살같이 W빌라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이 레간자를 뒤쫓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 아반떼는 빌라트 정문 앞에 멈춰섰고 연씨는 검찰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집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검찰이 연씨를 닮은 가짜인물까지 내세우며 과잉보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검찰은 1일 오후 “문제의 레간자는 특수1부 모검사의 것인데 밤이 늦어 40대 후반의 참고인(여)을 집까지 태워다 준 것뿐이다. 연씨를 위한 위장 연막전술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확인결과 레간자의 여성은 연씨의 올케이자 김법무장관의 여동생 김모씨(47)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연씨가 ‘문제의 털코트를 입고 기도원에 간 적이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씨와 당시 함께 기도원에 간 여자전도사 정모씨와 연씨의 올케이자 김장관의 여동생인 김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하태원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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