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사건 수사]검찰, 延씨 심야귀가 과잉보호

  • 입력 1999년 6월 2일 00시 02분


검찰이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고 지난달 31일 밤늦게 귀가하는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제삼의 인물’을 ‘위장용’으로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한때 제기됐으나 확인 결과 ‘제삼의 인물’은 김장관의 여동생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규섭 서울지검 3차장은 ‘연씨를 닮은 가짜 인물까지 내세우며 과잉보호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1일 오전 “연씨를 보호하기 위해 ‘위장’했다고 오해받고 있는 사람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돌아간 정모 전도사와 연씨의 친구였다”고 엉뚱한 해명을 했다.

그러나 ‘제삼의 인물’이 연씨의 시누이이자 김법무장관의 여동생 김모씨(47)인 것으로 확인되자 검찰은 “장관의 여동생인 줄 몰랐다”며 군색한 변명을 했다.

또 ‘제삼의 인물’을 ‘연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로 이번 수사의 참고인’이라고 해명했던 검찰은 “김장관의 여동생을 참고인으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앞뒤가 맞지않는 해명을 마구 했다.

취재기자들과 심야의 숨바꼭질을 벌인 ‘제삼의 인물’(김장관의 여동생)은 1일 0시45분경 서울지검 지하주차장 출구를 통해 검은색 레간자 승용차를 타고 천천히 주차장 밖으로 나왔다. 5∼10분간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졌다.

취재진들이 레간자의 중년여성 때문에 한 눈을 파는 사이 ‘진짜 연씨’는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12층 조사실에서 내려와 청사 옆문 민원실 출구로 빠져 나가고 있었다.

0시55분경 굳게 닫혀 있던 높이 2.5m의 민원실 철제 셔터가 열렸고 연씨는 검사와 직원 4,5명에게 둘러싸인 채 밖으로 나왔다. 연씨는 청사 밖 큰 길가에 시동을 걸고 대기중이던 하얀색 아반떼 승용차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50여m를 내달았다.

오전 1시15분경 문제의 레간자와 연씨를 태운 아반떼는 연씨의 자택 서초동 W빌라트 앞 골목에 나타났다.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아반떼가 취재진 10여명의 눈에 들어온 지 1,2초 후 골목 반대 편에서 레간자가 등장하더니 쏜살같이 W빌라트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이 레간자를 뒤쫓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 아반떼는 빌라트 정문 앞에 멈춰섰고 연씨는 검찰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집 안으로 황급히 뛰어들어 갔다.

‘제삼의 인물’ 소동과 검찰의 앞뒤 안맞는 해명에 대해 검찰주변에서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형권·하태원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