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4자회동]金대통령 「延씨 과잉보호 질책」

  • 입력 1999년 6월 2일 01시 27분


러시아와 몽골 방문을 마치고 1일 귀국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귀국 3시간 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등 여권수뇌부를 청와대로 초청, 두시간 가량 만찬회동을 하며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보도진을 따돌린 채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소환한데 대해 크게 질책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으로부터 수사결과를 보고받으면서 “그런 짓을 하니까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것 아니냐. 나라도 그러겠다”며 몹시 화를 냈다는 것.

김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와 몽골 방문 기간 중 국내 언론보도를 상세히 보고 받았다며 “신문에 내 얘기는 안나오고 아줌마 얼굴만 나오더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김대통령은 또 박총재가 “밍크코트 사건 때문에 선거운동 하는데 골치가 아팠다”고 말하자 “그랬을거요”라며 공감을 표시.

한편 박총재는 연씨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 “먹은 게 있어야지 책임을 묻지”라며 사법처리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

○…김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심각하다는 점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전언.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총리가 여러 채널로 이번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며 “회동 직전 김총리가 이 사건에 대한 시중 여론의 심각성을 김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

회동 직후 김총리는 “김대통령이 귀국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문제가 된 부인들에게 죄가 있다면 남편에게도 죄를 물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자회동 결과를 발표한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시종 “모든 판단은 검찰수사결과 발표 후에 할 것이다” “검찰수사가 아직 덜 끝났다” “언론보도와 검찰수사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김대통령은 중립적이다”라는 식으로 이날 회동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음을 강조.

그러나 발표내용 곳곳에서 김법무장관을 변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김장관의 유임을 점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박수석은 특히 “김장관 부인이 고소인 입장인데도 언론에서는 엄청난 범죄인인 것처럼 쓰고 있다”고 언론에 대해 불만을 토로.그는 또 “김대통령이 외국방문 중 간헐적으로 보고를 받았으나 오늘 전반에 대해 상세히 보고를 받았다”며 “전화로 받는 것 하고는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해 이날 보고내용이 김대통령의 결심에 크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검찰의 추가수사에서 김장관 부인의 결정적인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한 김장관을 교체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이미 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

○…이날 4자회동에서 김중권실장이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에는 김법무장관이 ‘특별히 책임질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게 국민회의 김대행의 전언.

김대행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수사보고 중 김장관 본인이나 김장관 부인이 책임질 내용은 없었던 것 같았다”고 설명. 그는 이어 “수사결과 잘못이 없으면 김장관이 물러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결과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물러날 가능성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

김대행은 또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답변. 김대행은 이날 회동에서 김장관 퇴진문제와 관련, “양면성을 모두 이야기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건의내용에 대해서는 함구.

○…김대통령은 이날 회담의 상당시간을 러시아와 몽골 방문 성과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이날 ‘옐친대통령이 순진한 면도 있더라’는 등 농담을 섞어가면서 방문성과를 설명, 당초 긴장속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회담분위기가 상당히 부드러웠다고.

〈송인수·정연욱·공종식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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