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은 ‘고가 옷로비’의혹에 휘말렸던 김태정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피해자’인 것으로 발표되자 안도.
검찰 주변에서는 김대중대통령이 김장관을 재신임함으로써 그동안 미뤄왔던 고위직 승진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번 파동에서 간부들이 보여준 ‘충성도’가 인사에 일정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 김장관은 평소 ‘능력’보다는 ‘정’을 중시하는 인사를 해왔다는 것이 중론.
○…검찰간부들과 소장파 검사들 간에는 이번 수사발표를 놓고 현격한 ‘인식차이’가 있어 눈길.
한 간부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김장관 부인 관련 의혹이 명명백백히 해소돼 다행”이라며 “더이상 이 문제로 검찰조직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주문.
하지만 소장검사들 사이에는 “장관을 살리기 위해 검찰이 죽었다”는 분위기가 팽배.
한 소장검사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김장관 부인에 대한 과잉보호 논란이 이는 등 검찰권 행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불만을 표시. 또다른 검사는 “지금이라도 김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장관도 살고 검찰도 사는 길”이라고 언급.
○…연정희씨가 라스포사에 반납한 호피코트는 의상실측이 지난해 가을경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지하상가에서 구입한 중고품으로 확인돼 화제. 라스포사가 연씨에게 “정가(定價)는 7백만원이지만 특별히 4백만원만 내라”며 구입을 권했던 이 코트는 연씨가 돌려준 뒤 다른 고객에게 다시 팔린 상태. 검찰은 가격에 대해선 “알고는 있지만 밝힐 수 없다”고 함구.
○…1일 새벽 양동작전으로 ‘사모님 구하기’에 동원된 검찰은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하자 “엉뚱한 사람(3시간뒤 김태정장관의 여동생으로 밝혀졌음)이 사진기자들에게 ‘봉변’을 당할까봐 취해진 조치”라고 해명. 그러나 사진기자들은 “우리가 취재대상에게 봉변을 주는 사람이냐”고 발끈하면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태세.
한편 3개 공중파방송 및 케이블방송사 기자들은 “방송사 개국 이후 위성방송용(SNG)카메라와 방송용 차량을 다섯대나 동원하고도 구속자는 커녕 고소취하로 기소대상도 없는 사건은 처음”이라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고 한숨.
○…검찰의 수사발표 후 정부 과천종합청사 주변에선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손숙 환경부장관”이라는 색다른 평가가 등장. 한 공무원은 “비전문가로 장관자리에 오른 뒤 대통령 방러기간중 연극공연을 강행한 손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이번 사건으로 많이 수그러들었다”고 분석.
상대적으로 고소장이 접수된 지난달 28일 전격 구속됐던 김석기 중앙종금 사장은 엉뚱하게 피해를 봤다는 동정론이 대두. 김사장사건은 서울지검 특수부가 사건 인지 후 수개월간 미뤄오던 것이어서 ‘여론 물타기용 구속’이라는 뒷말을 낳았다. 이같은 의혹은 법원이 1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김씨를 석방하라고 주문해 더욱 증폭.
한편 김사장 부인인 연극배우 윤석화씨는 구속기간중 매일 서울지검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등 헌신적인 내조를 펼쳐 눈길. 윤씨와 손장관은 모두 이희호여사와 노래방에 함께 다녔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소문나 있어 이들의 차후 관계가 관심.
〈하태원·김승련·박윤철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