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사발표문에는 연씨가 고급의상실에서 옷을 구입한 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연씨는 지난해 12월9일 라스포사 의상실에서 투피스 2벌(30만, 40만원) 롱코트 1벌(70만원) 등 1백40만원어치의 옷을 샀다.
일주일 뒤인 16일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80만원짜리 투피스와 40만원짜리 블라우스를 맞췄다. 이곳에서 연씨는 배정숙씨로부터 30만원짜리 블라우스를 선물받았다.
앙드레 김 의상실을 나온 연씨는 수입옷 의상실인 나나부띠끄에서 2백50만원짜리 니트코트를 외상으로 구입했다.
지난해 12월26일 연씨는 라스포사를 다시 방문, 40만원짜리 재킷과 10만원짜리 스카프를 샀다.
결국 연씨가 보름이 조금 넘는 동안 직접 또는 외상으로 사거나 선물받은 옷값의 총액은 4백90만원에 이른다.
연씨가 라스포사 매장에서 입어본 적은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배달됐다고 주장하는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 값(판매가 7백만원, 할인가 4백만원)을 포함하면 1천만원에 육박한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연씨는 올해 3월과 6월로 예정된 두 딸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의상실에 자주 갔다. 롱코트와 니트코트는 치수가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반품했다. 이밖의 옷을 다량으로 구입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해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연씨가 라스포사 의상실에 쇼핑을 갈 때 이용한 자가용 운전사는 대검찰청 직원이었다고 시인했다. 이 운전사는 연씨를 올 1월2일 기도원으로 모셔갔고 문제의 반코트를 라스포사에 돌려주는 일도 했다는 것. 총장부인의 옷가방을 들고 다니는 일에 국민의 세금이 지불된 셈이다.
연씨가 이날 옷 쇼핑을 갈 때 동행한 사람 중에는 배씨 외에도 천용택(千容宅)당시 국방장관 부인과 전용태(田溶泰)대구지검장 부인 등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는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다. 사직동팀 조사결과 등 숱하게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검찰은 “당사자가 부인한다”거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비켜갔다.
검찰은 연씨가 지난해 12월 26일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배달받은 경위에 대해 로비시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그 이유로 연씨에 대한 배정숙씨의 로비시도가 모두 끝난 시점(98년12월18일)에서 코트가 배달됐고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도 연씨에게 옷을 사도록 권유만 했지 다른 사람에게 옷값을 대신 내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검찰은 또 지난해 12월 중순경 정씨가 전화를 걸어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이형자씨와 이씨 동생의 주장에 대해 “전화를 걸었지만 옷값 대납 요구는 하지 않았다”는 정씨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또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구속방침 누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연씨에게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연씨가 최회장에 대해 언급한 적이 두 번 있다고 했다. 한번은 지난해 11월 초 서울 신라호텔에서 배씨가 이씨의 사돈 조모씨를 ‘낮은 울타리’ 모임에 가입시키려 하자 연씨가 “최회장 수사가 진행중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는 것. 또 연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배씨가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신동아그룹 외자유치가 안될 경우 최회장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자 “외자유치가 안되면 어렵지 않겠어요”라고 대답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런 말은 일반인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며 연씨의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의 결론은 배씨가 이 말을 과장해 이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위용·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