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사모님 옷」에서 허우적거린 검찰

  • 입력 1999년 6월 3일 00시 36분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과 절차에 대해 ‘짜맞추기식 불공정 수사’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또 법무부장관 부인에게 유리한 진술만 모아 ‘누명 벗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명성 수사

연정희씨의 로비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는 ‘어떠한 청탁과 로비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 검찰은 오히려 연씨가 ‘오해받을 일을 안했다’는 내용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론은 연씨와 그 측근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내려진 것이다. 특히 호피무늬 반코트 배달사건의 경우 검찰은 연씨 본인과 운전사 파출부, 그리고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연씨의 ‘누명’을 벗겨주었다.

★풀리지 않는 의혹

▽배정숙씨의 옷값대납 요구〓검찰은 배씨가 이형자씨에게 연정희씨의 옷값 2천4백만원의 대납을 요구한 것은 실제 옷을 사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짓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옷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연씨의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라스포사 정일순사장의 옷값 결제요구〓정사장은 지난해 12월18일 배씨로부터 “총장 부인(연씨)을 모시고 올테니 좋은 물건을 많아 준비해두라”는 말을 들었다. 정씨는 또 3일 후인 12월21일 이씨로부터 “배씨에게 옷값을 대신 계산할 수 없다고 전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거꾸로 정씨가 이씨에게 수천만원의 옷값을 대신 지불하라고 전화로 요구했다는 이씨의 폭로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해명이 없다. 결국 배씨와 이씨는 정사장에게 옷과 관련된 얘기를 했는데 정작 의상실 주인인 정사장은 아무 말도 안한 이상한 결과가 됐다.

▽코트 반환 시점〓검찰 수사발표를 인정한다 해도 연씨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5일까지 11일간 코트를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은 “반환했느냐가 문제지 반환한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물의 경우 바로 다음날 돌려줘도 뇌물죄가 성립하는 점에 비춰보면 납득이 안된다.

★불공정 수사

검찰의 발표에는 수사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최순영회장 수사검사에게 부인 이씨의 신문을 맡긴 것은 수사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이씨의 요구에 따라 같은 검사가 담당케 했다는 검찰의 해명은 결국 ‘검찰이 이씨의 비위를 맞춰주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동료검사는 “수사검사는 반대했으나 수뇌부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수형·부형권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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