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전대통령 김포공항서「페인트 세례」봉변

  • 입력 1999년 6월 3일 19시 13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3일 오전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던 중 페인트가 든 달걀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5분경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귀빈주차장에 도착해 환송객 70여명과 악수를 하던 중 재미교포인 박의정(朴義鼎·71·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가 1m 앞에서 던진 붉은색 페인트가 담긴 달걀 세례를 받았다. 이 소동으로 김전대통령은 머리와 양복에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바람에 출국일정을 오후 4시40분으로 바꾸고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날 사고로 전직 대통령의 경호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공항에는 김수한(金守漢) 서청원(徐淸源) 강삼재(姜三載) 박희태(朴熺太) 김형오(金炯旿) 김기춘(金淇春) 김무성(金武星)의원 등 30여명과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김영삼전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지지자 등 70여명의 환송객이 나와 있었다.

박씨는 환송객들 틈에 섞여 있다 페인트가 든 달걀을 던졌다.

박씨는 현장에서 “IMF사태로 나라를 망친 사람을 응징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김전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공항수사대에 넘겨져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74년 가족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민간 뒤 ‘미주 일천만 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부회장직을 맡아 국내를 오가며 활동해오다 지난달 4일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강삼재 이재오(李在五)의원 등 한나라당의원들은 “박씨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세한 범행계획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는 등 이번 사태에 정치적인 음모가 개입된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박제균·윤상호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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