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받는 검찰]배정숙-이형자씨 기소「겁」먹었나?

  • 입력 1999년 6월 3일 19시 55분


「고급 옷 로비의혹」사건은 과연 법정에 설 수 있을까.

검찰은 2일 수사발표에서 배정숙씨와 이형자씨를 변호사법 위반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을 기소해 재판을 받게 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검찰 수사는 기소를 위해 하는 것이며 그 발표는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여부가 결정된 후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다.

또 검찰은 더이상의 추가 수사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기소를 주저하며 대외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배씨는 건강이 나쁘고 이씨는 남편 최순영회장이 구속중’이라는 것.

그러나 사정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검찰은 현재 법무부장관 부인에게 유리한 진술만 모아 ‘누명 벗기기’에 급급한 짜맞추기식 불공정 수사를 했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 입장이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 가 한 번 맞을 매를 두 번 맞을 이유가 없다는 것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왕따’로 몰린 배씨 등이 재판과정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현재 배씨가 폐렴증세가 심해져 입원중인 점을 감안,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설사 배씨의 건강이좋아져도 기소를 감행할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이형자씨 문제는 수사발표로 ‘누명’을 벗은 연정희씨의 고소 취하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대다수 법조인들은 “공소 유지가 자신 있는 사건이면 왜 재판을 피하느냐. 떳떳하게 법원의 심판을 받는 게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는 정공법(正攻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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