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찡꼬 유통허가 특혜의혹…「不可」2만대 이미 필증교부

  • 입력 1999년 6월 3일 23시 26분


유기(遊機)기구의 심의를 맡고 있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가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높아 국내 유통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일본의 구슬치기(빠찡꼬)와 슬롯머신류의 사행성 게임기 2종에 대해 국내유통을 허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게임기는 초중고생 등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청소년들이 ‘도박열풍’에 휩쓸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 두 가지 게임기는 공진협 전문심의과정(1차 심의)에서 사행성 게임기로 분류돼 ‘불가판정’을 받았으나 재심절차를 통해 ‘합격’ 처리돼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의통과★

3일 공진협과 게임기기업체들에 따르면 ‘BS KOREA’가 신청한 ‘환타지 로드’와 ‘세도’가 신청한 ‘서울88’ 게임기는 4월20일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공진협 전문심의위원회에서 “사행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불합격판정(만장일치)을 받았다.

그러나 공진협은 두 업체의 재심신청에 따라 4월27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별도의 재심위원회를 열어 표결끝에 합격판정(7대4)을 내리고 ‘환타지 로드’ 1만8천대, ‘서울88’ 2천대에 대한 허가필증을 교부했다.

현행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30조와 공진협 심의규정 제17조는 ‘구슬치기와 릴식 게임’등 사행성이 강한 게임기의 수입 제조 및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BS KOREA’는 심의 신청 열흘전인 4월6일 설립된 회사로 대표이사인 이재화씨는 게임업계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공진협 김상식(金尙植)위원장은 “일부 게임업계에서 의혹을 제기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심사과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각계의 권위있는 위원들이 나름대로 소신과 양식에 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어떤 기계인가★

‘환타지 로드’는 핸들을 조작해 8개의 구멍에 구슬이 들어가도록 조작하는 게임기로 구멍에 따라 5∼15배까지 점수가 가산되며 보너스가 주어지기도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유행했던 빠찡꼬 게임기인 ‘로드스타’와 거의 동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