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공무원출신 법무부 국장 탄생…30년만에 「영광」

  • 입력 1999년 6월 7일 00시 13분


깊이 파인 주름, 컬컬한 음성, 단단한 손마디.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6일 교정공무원 출신으로는 처음 법무부 교정국장에 임명된 이순길(李淳吉·57)서울교정청장은 교정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여느 교도관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이국장은 “아직 (장관으로부터) 연락도 못받았는데…”라며 인터뷰를 한사코 고사했다. 가까스로 양해를 구해 찾아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청장의 연립주택에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후배 교정공무원들이 “1만3천여 식구들의 희망을 되찾아줬다”며 축하전화를 걸어왔다.

경남 밀양농잠고를 졸업한 그는 성균관대 법대 시절 고시공부를 했지만 실패했다. 69년 7급 교정공무원을 시작으로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중 교도소 현장근무는 8년 뿐이었고 교도행정 기획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한국 교도행정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께서 여러차례 교정공무원을 국장자리에 앉히겠다고 약속해서인지 후배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국장은 앞으로 재소자들이 출소한 뒤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충실히 운영하고 교도행정에 대한 불신도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친척들이 아직도 교도소에선 콩밥을 먹느냐고 물어와요. 쌀밥으로 바뀐 것이 15년 전인데요. 웃고 말지만 이제는 제대로 알릴 생각입니다.”

이국장은 90년대 들어 교도소에 난방장치가 보급됐는데도 ‘추위에 떠는 교도소’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도 오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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