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클린21―맑은 사회를 위하여’라는 슬로건 아래 부정부패추방 캠페인을 벌여온 동아일보가 한국사회의 부패인식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도한 국민의식조사. 국민이 느끼는 직업별, 기관단체별 부패정도와 부패 허용도 등을 정밀하게 조사, 부패체감지수를 측정한 국내 최초의 조사다.
이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부패체감지수는 67.4. 사회 각 부문별 부패정도에 대해 “매우 부패하다”“다소 부패하다”고 응답한 비율의 평균치다.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로서 청렴도과 투명성의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의외로 높게 나타나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국가군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부패도는 더욱 심각했다. 정치인에 대한 청렴도 인식이 3.7%에 불과했다. 공무원 사회에 대해서도 일반인은 하위직(청렴도 36.5%)보다 고위공직(청렴도 11.7%)일수록 부패정도가 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시민에 대한 부패인식도가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은 역설적이다. 부정부패가 사회지도층이나 몇몇 사람들의 문제이지 자신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이른바 ‘네탓이오’정서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이번조사에 참여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성진(延聖眞)박사는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회지도층의 부패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자신의 부패도 지도층 탓으로 돌리며 합리화하는 경향마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패인식도와 응답자들의 학력별 소득별 성향을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고학력, 고소득층일수록 부패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분야의 부패 가능성을 묻는 질문마다 대재 이상의 고학력층과 월수입 2백만원이상의 고소득층에서 매우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연고주의의 부작용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지연 혈연 학연 등의 연고가 있는 공직자에게 청탁을 해서 행정상의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80.2%에 달했기 때문.
또 승진등 인사도 금품등을 제공하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응답도 71.1%나 돼 인사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의 금품이나 향응을 뇌물로 간주해야 할 것인지를 측정한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매우 엄격한 뇌물 판단기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최근 정부가 공직기강확립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직자 행동강령’을 제정하는 데 나름의 준거(準據)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98년에 발표된 국제투명성위원회의 투명성지수도 한국은 10점 만점에 4.2점(높을수록 청렴)으로 85개 대상국중 짐바브웨와 공동 43위를 기록, 중하위권에 머물러 부패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