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파동]수입 농축산물 「검역」 시늉만

  • 입력 1999년 6월 7일 19시 49분


수입 개방화로 식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 농축산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나 검역 당국은 샘플검사만 한 뒤 이들 제품을 통관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검사장비와 허용기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허술한 검역체계로 해당 국가로부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뒤에야 법석을 떠는 늑장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4월에는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미국산 쇠고기 수백t이 유통됐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미국 농무부가 통보하자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번에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에 오염된 돼지고기 수천t이 수입됐는데도 검역당국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수의사에게 맡겨진 식탁 안전〓검역 당국은 식육제품이 수입되면 샘플검사만 한 뒤 나머지는 그대로 통관시킨다. 농림부 수의과학검역원의 검역원은 대부분 동물 검역을 담당하는 수의사들로 돼지구제역 콜레라 등 질병감염 검사에 치중한다. 이 때문에 잔류농약 항생물질 환경호르몬과 리스테리아균 등 세균은 물론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감염여부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수입업체가 축산물에 대한 검역을 마치고 관세만 내면 유통상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원화된 식품 관리체계〓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공식품의 검역 및 위생 감시체계가 농림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 등 다른 식품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반면 유독 축산물과 햄 소시지 통조림 우유 등 축산물 가공식품은 농림부가 판매에서 소비까지 책임지고 있다.

특히 축산물가공처리법상 판매업소에는 정육점만 명기돼 있어 나머지 업소에서 팔리는 육류제품은 식약청이 관리하도록 돼 있다.

같은 쇠고기라도 정육점에서 팔면 농림부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면 식약청이 관할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사기준 부재〓이번에 파동을 몰고온 다이옥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사기준도 없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옥신의 하루 섭취 허용량을 몸무게 1㎏당 1∼4pg(pg·피코그램〓1조분의 1g)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에 대해서만 권고기준이 있다.

〈정성희·이현두·이헌진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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