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발언 파문]勞 『기세등등』 政 『전전긍긍』

  • 입력 1999년 6월 9일 19시 30분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의 한국조폐공사노조 파업유도 발언 파문을 계기로 노동계가 정부를 상대로 ‘6월 총공세’를 선언하고 나섰다. 서울지하철 파업 실패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노동계는 이번 파문을 국면전환의 계기로 판단, 역량을 총결집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이에 반해 그동안 노동계의 총파업 투쟁 등에 적극 대처해온 정부는 대기업 빅딜과 공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동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50여명은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 구속처벌과 공작정치의 주범인 공안대책협의회를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통신 만도기계 기아자동차 등 ‘공작정치’의혹이 농후한 사업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공안대책협의회의 실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민주노총은 10일 청와대와 검찰청을 항의방문하는 한편 12일 서울역에서 조합원 3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시민단체 야당 등과 연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활동과 범국민적인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9일 오후 대검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과 진전부장에 대한 구속처벌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행,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한 혐의로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노총은 13일 서울역에서 3만명의 조합원이 참가하는 ‘공안검찰 규탄대회’를 열고 16일 오후에는 전국 4백여개 단위사업장이 참가하는 시한부 총파업을 벌인 뒤 26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치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신(新)공안의 이념을 정립한 뒤 공안사건 발생시 신축적인 대처와 사법처리로 노사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검찰은 조정자 역할을 당분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노동계가 법적용의 정당성 등을 이유로 대화나 타협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주도하고 있는 공안대책협의회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 노동부 경찰 등이 참여하는 공안대책협의회는 공안사건 발생시 대처방안과 사법처리방향 등을 내놓는 역할을 해왔다.

검찰 관계자들은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공안사건이 발생해도 검찰은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문제 주무부처인 노동부도 “이제 겨우 대화 국면에 들어갔는데…”라며 어이없다는 반응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이상룡(李相龍)장관 주재로 긴급 실국장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나 묘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파업투쟁이 끝난 뒤 정부가 노동계와 적극적인 대화채널을 구축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해 상황을 개선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같다”고 전망했다.

〈정용관·정위용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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