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도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뿐만 아니라 ‘고급옷 로비의혹’ ‘3·30 재보선 50억원 살포의혹’ ‘고관집 절도의혹’ 등 이른바 ‘4대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국민회의는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 외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3당 총무들은 이날 오전11시10분경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실에서 만나 국정조사 대상에 관해 협의. 그러나 40여분간 서로 상대방의 양보를 촉구하며 신경전만 벌였다.
국민회의 손세일(孫世一)총무는 이 자리에서 “오늘 자민련과 공동으로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여당 단독의 국조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
이에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여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 이총무는 특히 빈발하는 ‘권력형 비리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반드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 이날 오후에 다시 열린 회담에서도 여야 총무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의견차를 좁히는 데 실패.
○…‘6·3’ 재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안상수(安相洙)의원과 전국구를 승계한 국민회의 김태랑(金太郎)의원의 선서 및 신임각료들의 본회의 인사를 위해 이날 오후2시에 열린 제204회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설전을 전개.
한나라당 서훈(徐勳) 이재오(李在五)의원은 “각종 의혹사건으로 김대중(金大中)정권의 도덕성 타락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풀고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
이에 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의원은 “‘옷사건’은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퇴진으로 정치적 해결이 됐고 ‘재보선 50억원 살포설’은 실체가 없으며 ‘고관집 도둑사건’은 도둑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
자민련 어준선(魚浚善)의원은 “국정조사문제는 여야 총무들이 심도 있게 논의해 국민의혹을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한나라당이 계속 ‘4대 의혹사건’ 국정조사를 요구할 경우 ‘세풍 및 총풍사건’에 대해서도 국조권을 발동해야 한다며 맞불.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한나라당이 일방적 주장만 계속하는 것은 국정조사를 안하려는 속셈 아니냐”고 지적. 손세일총무도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나머지 세가지는 시중 루머에 불과하다”며 “해당 상임위에서 증인 참고인을 불러 물어볼 수 있다”고 강조.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4대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관철 입장을 재확인.
이회창총재는 “여당이 ‘파업유도의혹’만 국정조사하겠다는 것은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발언을 취중발언으로 평가절하하면서 다른 의혹을 덮으려는 발상”이라며 “정략적이고 땜질식 국정조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 이총재는 또 “검찰이 정치시녀화한 상황에서 정치적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여권이 특검제 도입을 외면하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